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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베이비뉴스]가정위탁 아동이 자립준비청년이 되어 마주한 결혼, 그리고 사회의 역할
작성자 관리자(childfund) 작성날짜 2025-07-03 11:29 조회수 9

[기고문] 가정위탁 아동이 자립준비청년이 되어 마주한 결혼, 그리고 사회의 역할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11. 자립준비청년협회 정진희 팀장
베이비뉴스와 초록우산은 가정위탁 아동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자 '가정위탁'의 다양한 사례를 조명해 제도 보완점과 개선 방안을 찾아보는 '가정위탁, 또 하나의 집' 연속 특별기고를 마련했습니다. 이번 연재를 통해 위탁가정의 이야기와 제도의 현실을 함께 들여다보고, 위탁아동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공감과 지지를 모아가고자 합니다. 매주 월요일 가정위탁 제도를 위한 아동, 부모, 복지 현장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 말

 
어린 시절 나는 외할머니와 단둘이 지냈고, 따뜻한 보살핌 속에서 자랐지만 또래와는 다른 가정환경이라는 인식은 늘 마음 한켠에 머물렀다. 성인이 되어 자립준비청년으로 불린 20대 초반,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미래를 그리는 동시에 ‘과연 내가 온전히 이해받고 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까’ 하는 불안에 자주 흔들렸다. 상대방의 가족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지 걱정했고, 스스로도 ‘보통의 가족’이 아니라는 편견에 내 마음을 가두곤 했다. 결혼은 설레는 시작이면서도, 내게는 어린 시절의 상처와 맞닿아 있는 심리적 장벽이었다.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그런 감정은 더욱 분명해졌다. 청첩장에 누구의 이름을 넣을지, 예식은 어떤 형식으로 할지 등 많은 이들에게는 사소할 수 있는 결정들이, 내게는 매 순간 조심스럽고 버거운 선택이었다. 다행히 남편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고, 함께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례 없는 결혼식을 택하고, 화촉 점화는 생략한 채 신랑 신부가 함께 입장하며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식순을 바꾸었다. 혼주석에는 외할머니와 외삼촌, 외숙모 세 분이 함께 앉기로 했고, 시부모님께도 충분히 상황을 설명드렸다. 이 과정을 거치며, ‘보통의 가족’이었다면 겪지 않았을 고민들이 나만의 특수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는 지금, 기존의 관습이 모두에게 자연스럽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변화의 과제임을 실감하게 되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또래 자립준비청년들과 ‘결혼과 가정’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공통된 고민을 안고 있음을 확인했다. 가족의 부재나 단절 경험은 결혼이라는 중대한 전환점에서 다시 상처로 떠오르며, 새로운 관계를 맺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큰 심리적 부담이 된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결혼이 단순한 사적 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자립의 한 형태이자 공동체가 함께 지지해야 할 영역임에 깊이 공감했다.

자립은 단순히 주거, 교육, 취업 등 실질적 기반을 갖추는 데 그치지 않는다. 관계 맺기, 감정 조절, 사회적 수용 능력까지 포함하는 ‘정서적 자립’이 함께 이뤄져야 진정한 자립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결혼과 같은 관계 중심의 자립 과정에서는 자신의 과거를 인정하고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는 복합적인 여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자립준비청년들은 개인의 힘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벽에 부딪히곤 한다. 그렇기에 사회의 지지와 제도적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현실을 마주한 지금, 자립 정책의 시야 역시 보다 넓어져야 한다. 결혼과 가정 형성, 나아가 부모 역할까지 포함하는 전 생애 주기의 자립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정책이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 사회도 다양한 가족 형태를 존중하고, 편견 없이 수용하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청년들이 삶의 모든 전환점에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함께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 지자체, 민간이 협력해 예비부모 교육, 감정 조절 및 관계 형성에 대한 상담과 멘토링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 마련이 절실하다. 일반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체득되는 ‘가정의 기능’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만 가정위탁 아동 출신 청년들도 ‘나의 가정’을 이루고, 자신만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다. 출발선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존중받으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자립이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미래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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